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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RU(루루) | 이하진 디렉터







자연물의 리듬 그대로, 기괴와 자유

어딘가의 비대칭을 디자인하는 주얼리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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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5일 수요일




활짝 웃는 입과 개구진 광대에 작은 점까지도 섬세한 동양화 같던 천상 모델 이하진 디렉터. 진짜 좋다, 재밌다, 멋지다는 말을 연발하는 천상 탐험가 같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95년생 이하진. 패션모델도 같이 하고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 '나체'의 이다진 디렉터와 쌍둥이로 유명하다.

둘 다 모델이라서 쌍둥이 콘셉트 촬영도 많이 했다. 독특한 이력이라 같이 콘텐츠도 만들고 영상도 찍어볼까 했는데 쉽지 않더라. 요즘은 서로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웃음)






근황은 어떠신지?

새 시즌 준비도 하고, 왁스 카빙을 배워서 실버 라인을 처음으로 냈다. 일본 홍보랑, 중국 매출 성장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루루는 어떤 의미로 지은 이름인가?

왕가위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비정전에 고급 콜걸 '루루'가 나온다. 무례하다가도 진중하고.. 저급한가 싶다가 고귀한 사랑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좋아서 네이밍을 따왔다. 그 무드로 여성복을 전개하다 주얼리로 전향한지 1년 조금 넘었다.






패션은 언제부터 하고 싶었나?

초등학교 때 '도전 수퍼모델'이라는 TV 쇼를 보는데 심사위원인 타이라 뱅크스가 너무 이쁘고 멋있었다. 그때 처음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전공으로 순수미술과를 가고 싶었는데, 가족들의 우려와 설득에 선택한 디자인과가 패션쪽이었다.







쌍둥이들도 많이 싸우나? 누가 언니인지?

이다진이 8분 먼저 태어났지만 한 번도 언니라고 해본 적 없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 큰언니도 있는데 자매 셋이 컴퓨터나 옷 가지고 많이 싸우기는 했다. 큰언니는 좀 FM 스타일이라 공부도 잘했고, 지금은 은행원이다.

나는 다진이랑 둘이 진짜 재밌게 잘 놀았다. 한번은 전화번호 외우기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평생 게임 순서 2등을 하기로 했고, 성인 다 될 때까지 철저하게 지켰다. 가족 중에 유전도 아니고, 계획에 없던 쌍둥이여서 부모님들도 많이 당황하셨다는데, 우리는 둘이 우스갯소리로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서커스에 팔려가거나 마녀라고 화형식 당했을거라고 농담하면서 엄청 잘 지냈다.






직업 모델은 언제 시작했는지?

패디과 전공하면서도 취업에 최적화된 수업을 많이 받았는데 한 번도 회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휴학하고 일본으로 워홀을 가서 도쿄에 1년 정도 살았었다. 그러다가 모델 에이전시 제안을 받아서 다진이랑 같이 들어갔다. 소속사는 겸업을 오히려 좋아해서, 다진이가 먼저 브랜드를 론칭했고, 나는 이제 3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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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진 디렉터가 직접 그린 일본화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음 원래 취향이 좀 희한하다. 어릴 때부터 이토 준지 같은 마이너한 야쿠자 만화나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 같은 인디밴드, 락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그냥 즉흥적으로 편도 티켓을 끊고 갔다. 그때가 인생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또 베를린 워홀을 가보고 싶은데 너무 바쁘기도 하고, 에러 사항이 많아서 보류 중이다.







브랜드 론칭을 결심한 계기?

일단 다진이가 브랜드를 키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우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는데?'싶었다. 일단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200-300만 원 가지고 극소량으로 생산하고 그랬다.






브랜드 루루의 추구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네추럴 그로테스크'로 정의했다. 보통은 그 워딩에서 부정적이고 기괴한 인상을 받는데, 자연물로 만든 화려한 장식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단어라 맘에 들었다. 나는 인위적인 완벽한 대칭의 것들은 그렇게 이뻐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다 직접 핸드 카빙을 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고수한다. 뮤즈를 찾을 때도 자연스럽게 예쁘게 나이 든 할머니 모델을 모시기도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가치관이다.

제일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짱구에 나온 말이다. 한때는 랭보나 더도어즈 같은 히피나 하위문화를 정말 좋아했다. 그 자유로움이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무정부주의 적인 사상으로 사회적 통념을 무시하면서 지내면 생각 외로 주변에 상처를 주게 되는 일이 많더라. 그리고 사업을 하다 보면 융통성 있게 대중이 원하는 부분도 알아야 하지 않나. 이제는 불안정하고 무책임한 자유가 마냥 멋지지는 않다. 밸런스를 찾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인 추구미도 궁금하다.

자연스럽게 늙는 게 제일 멋있는 것 같다. 굳이 찾자면 라이프스타일 적으로는 이효리님. 미감 적으로는 김민희님이 멋있더라.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냥 크리스마스 때 동굴에 가게 되었는데 그 종유석 형태들이 너무 신기하고 이쁘더라. 그래서 이번 시즌 주제가 되었다. 걷는 것도 좋아하고 자연물들을 다 좋아한다.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

일단 악세사리로 잘 쓰이지 않는 재료를 편견 없이 다양하게 쓴다. 패디 전공이라 지퍼나 스토퍼 같은 의류 부자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외엔 모발로 넥타이를 만드는 등의 의외의 재료들을 러프하게 조합해서 루루만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그리고 네추럴 그로테스크의 양가적 면모를 내 방식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거기에서 과하지 않은 적정선을 찾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한다.






사업하길 잘 했다 느껴질 때는?

막 너무 뿌듯하거나 짜릿한 건 아니지만.. 그냥 집에 이렇게 누워서 가만히 쾌적한 내 공간을 보면 스스로 참 기특하고 뿌듯하긴 하다.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는, 이건 진짜 내 힘으로 다 이룬 거니까. 그리고 원 앤 온리 피스 만들 때 정말 맘에 들게 나오면, 이 길을 택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반대로 정말 위기다 싶었을 때는?

돈 없을 때. 비수기가 확 왔었다. 내가 만든 게 시장에 적중하지 못한 거니까.. 새로운 걸 해보자 싶을 때 또 피가 끓는다. 그런 거 말고는 딱히 사업하는 것의 단점은 잘 모르겠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지만.. 혼자 등산을 한다. 매번 다른 등산로를 시도하는 작은 일탈을 즐긴다.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게 진짜 좋더라.






10년 뒤 내 브랜드는 어땠으면 좋겠나?

그때도 도태가 안 됐으면 좋겠다. 매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가 뻔하거나 지루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내가 나이 드는 것처럼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멋지게 성숙해가는.






개인적인 꿈은?

외곽의 마당 딸린 구옥에서 사는 것. 구옥의 그 미로 같은 구조가 재밌다. 그리고 인간극장에 나온 한소자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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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딱 한 끼만 먹어야 한다면?

큰 엄마의 등갈비. 정말 미쳤다. 그 쌀밥도 진짜.. 쩐다.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한마디?

걍 일단 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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