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YSTAL .
- 2월 21일
- 2분 분량
PAX00100(팩스00100) | 백재희 디렉터
하얗고 빳빳한 존재의 필연적 찢김과 구겨짐; PAX00100

2025년 1월 22일 수요일
살짝 그을린 피부로 하늘하늘 눈을 맞추던 백재희 디렉터.
담백한 톤, 사람을 집중시키는 묘한 분위기에 질문을 쏟아냈던 날.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팩스를 운영하고 있는 백재희.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브랜드명의 의미는?
내가 '백'씨라서 그 소리와 비슷한 PAX와 숫자 100을 조합했는데, 인생 모토가 '중심을 잘 잡자'여서 좌우대칭의 00100이 되었다.
'중심'이라는 것은 무얼 뜻하나?
나에게 '중심'은 '나'에 대해서 더 집중하는 것이다. 스스로나 브랜드가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자신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충분하다는, 당신들도 그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
엄마 딸. 항상 엄마 뱃속에 있었던, 순수한 그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엄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 약한데 강한 사람. 내가 뭘 하든 그저 '재희'로 봐 주는 사람. 너무 소중하다 보니 또 최대한 멀리하려는 존재 중 하나. 지나치게 의존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는?
음. 여동생이랑 엄청 친하다. 러프한 나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분석적인 사람이어서, 가끔 나한테는 독설도 한다. 그리고 인도 델리에서 유학할 때 국제 학교 숙소에서 같이 놀던 인도 꼬마들도 생각난다.
인도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나라로 가고싶었다. 막상 가니 엄청 외롭고 힘들긴 했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있기는 해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었다. 겁은 많지만 속박당하는걸 혐오해서 종교적 금기인 무릎 노출도 하고 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온뒤 패션의 길로 접어든 계기?
어릴 때 부터 내 공간을 꾸미고 바꾸는걸 좋아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전공하려고 찾아보다가 조소과를 알게 되었고, 우연한 계기로 옷을 조각하게 된 거라.. 단지 지금 나를 표현하는 매개체를 패션으로 선택했는데, 요즘엔 재밌기도 하고 푹 빠져서 열심히 작업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게 된 이유?
대학교를 자퇴하고 카페를 했었다. 을지로가 뜨기 전이라 잘 될 때 넘기고 개인작업을 하며 전시를 한게 옷이었다. 착용 목적이 아닌 옷 작품을 팔아달라고 해서 운 좋게 지금의 브랜드까지 오게 되었다.
나, 브랜드의 추구미가 있나?
어릴 때부터 항상 뭘 찢거나 낡게 해서 입었다. 너무 새것을 입거나 신으면 창피했다. 그치만 '지저분'과 '더러움'은 다르다. 설명하기는 좀 어렵지만 순수한 본질, 의도로 구겨지거나 세월이 묻어나는 지저분함은 자연스럽고 멋지지만, 흰 티셔츠에 김칫 국물이 튄 것은 더러움 쪽이다.
영감의 원천은?
'나'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첫 전시에 '백'의 흰색, 기본의 상태를 상징하는 흰옷에 나를 투영했는데, 구경하러 온 친구들이 되게 좋아하면서 사고 싶다고 하는 거다. 이 작품이 타인에게 건너가 자연스럽게 입혀지고 때타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때로는.. 감정적 변화에 따라 자극을 받아서 엄청나게 몰입하기도 한다. 자세한 건 노코멘트.
나만의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는?
수제작. 하나하나 직접 만지는 그 에너지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패턴이나 봉제 법을 일부러 배우지 않는다. 틀에 박힌 워싱이나 핏은 팩스의 정체성이 사라지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판매의도가 없었던 순수한 작업물이 우연히 상업적 가치가 생기긴 했지만, 그걸 맨 처음 좋아해 줬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초심을 잃을 수 없다.
존경하거나 롤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나?
알렉산더 맥퀸. 존경보다는 공감에 가깝다. 그에게 공감 간다. 미감이나 결과물과는 별개로.
사업적 희열과 난관?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적 평가가 가장 좋았던 시즌이 나에겐 가장 힘들었다. 비즈니스화를 해보려 팀원을 꾸리고 조금 다르게 접근했는데 정신적으로는 가장 버거웠다. 그런데 결과가 좋으니 '어떻게 살아야 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
예전에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다니면서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는데, 요즘은 영화도 최대한 안 보려고 한다. 외부의 영향이나 자극을 좀 멀리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있거나 동생 만나서 수다 떨고..여행을 다니는 정도다. 일상적으로는 요즘 복싱에 빠져서 재밌게 다니고 있고, 집에 가서 편하게 일찍 자는 게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