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YSTAL .
- 2024년 12월 1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1월 10일
YUNSÉ(윤세) | 윤세정 디렉터
'나'라는 무한한 공간 위에,
질문을 붙이거나 깎아서
그 응원과 위로를 입체로 표현하는 브랜드; YUNSÉ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풋풋하고 청순한 대학생 같다가도, 여유로운 미소와 단단하게 꽉 찬 시선에서 내공이 비치던 윤세정 디렉터만의 담백한 우아함이 인상적이었다. 은은한 웃수저의 향기와 인류애 넘치는 따스함을 느껴버린 그날의 나긋한 대화.
자기소개와 근황 공유를 부탁.
윤세 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대학교에 강의도 하고 있는 윤세정. 최근에 12th AFC(Asia Fashion Collection)에 선정되어 도쿄에 다녀왔다.

본명으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나?
갑자기 이름을 지어야 했던 순간이었는데, 프랑스 친구가 '너 이름 예쁘니까 윤세 어때?' 라고 해서 그렇게 지었다.
대학교 강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교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런던에서 석사를 땄다. 지금은 국민대, 사디 두 군데에 강의를 나간다. 수업이 많을 때는 주 2회, 연강 5시간짜리도 있어서 사업과 병행하기엔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더라. 지금은 출강을 조금 줄인 상태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다움'이라는 가변적인 정의를 찾아가는 사람. 각자의 '나'를 투영한 그 여정과 선택들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과 일맥상통하더라.

그런 방향성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
석사 졸업과 동시에 우연찮게 외부 관심을 많이 받게 되면서 쫓기듯 브랜드를 론칭했다. 근데 2년 만에 코로나로 큰 위기가 왔다. 문득, 물음표 상태로 의사결정을 해야 했던 두렵고 괴로운 순간들이 사무쳤다. 그때서야 나의 나약함을 힘겹게 인정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숨 고르면서, 더 집중해서 고민하자.' 싶었다. 뭔가 깨고 나온 스스로를 격려하는 'Hatch Ego' 와 'Posh Weapon'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브랜딩 했다. '알을 깨고 나오면 우리가 너의 우아한 무기가 되어, 너의 편에서 항상 응원해 줄게.'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브랜드 론칭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사디 졸업 후, KUHO를 3년 정도 다녔다. 힘든 것보다, 실장님과 선배 언니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아서 참 행복했었다. 그래도 3년 막내를 하니까 다시 꿈을 찾고 싶어 LCF 석사 유학을 떠났고, 졸업 작품 8착장을 보고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대뜸 라인 시트를 요청받는 생경한 상황에 어영부영 윤세를 창업 한 거다. 이듬해, 학생이 아닌 브랜드로서의 첫 컬렉션 40SKU를 싸 들고 파리, 런던 쇼룸에 걸게 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꼬마 윤세정은 어땠나?
딸 셋 집에 둘째로 옷 욕심이 많은 독불장군이었다. 부모님이 꼭 언니랑 동생 거만 사주셨는데, 화가 나서 막 옷을 자른 적도 있다.(웃음) 그러고는 표현이 자유롭고 틀이 없다는 재미에 쭉 조소를 전공했다. 대학 진학할 때 친구가 사디를 넣는다기에 '어, 나도 넣을래. 패디과 넣어볼까?' 했는데, 우수 장학생으로 뽑혔다. 지금 돌이켜보면 패션 사업을 하는 내가 너무 우연하고 신기하고.. 운명인가 싶기도.
브랜드의 추구미?
대외적으로는 '시니컬 아르누보' 스타일이라 정의하고, 내부적으로 디자인 디벨롭을 할 때에는 자연물과 인위적인 것들을 만나게 하는 대조의 미학을 좇는다. 실버 도금한 실제 소라 껍데기를 인센스 꽂이로 만든다던가 하는. 더 쉽게 묘사하자면, 우아하면서도 시크한 카리스마를 가진 고혹의 무드가 있는 여성상이다.
뮤즈로 삼는 대상이 있나?
현존하지 않는 인물로는 중세 여성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 감정을 조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드라마틱한 작풍과 가치관을 정말 좋아한다. 실존 인물로는 나의 교수님이셨던 국민대 김승현 교수님. 생각할 거리를 툭 건네는 교수법부터, 무심히 걸친 트렌치코트와 상냥한 말투까지.. 항상 멋지신 나만의 연예인이자 뮤즈다.
좋아하는 영화는?
(우아한 말투로) 킬빌. 영상미나 스토리가 역작이다. 범죄 영화나 추리 스릴러의 사건 해결 과정이 재밌다.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
스타일링과 그래픽인 것 같다. 일단 아이템 디자인에 앞서 전체적인 루킹을 먼저 잡는다. 그래픽은 중국 쪽 카피가 많아지면서, 그걸 방지할 전략을 찾다가 더욱 전문화하기 시작했다.
영감의 원천은 어떻게 얻는지.
음. 정말 사소한데. 예를 들면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걔 약간 나르시시스트같다.'는 둥 하다가 '그 반대말은 뭐지? 에고이스트구나..'로 이어져서 관련된 이미지들이 펼쳐지면, 연관 주제를 타고 타다가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르면 컬렉션 테마가 되기도 한다. 그걸 비주얼라이징 하는 과정은 대략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오키드라는 난초 모양을 딴 인형을 만들고 그걸 훔쳐 달아나는 식으로 구현하면서 '사랑일까?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닫힌 결말보다는 대답은 각자에게 있도록 열어 두는 게 좋더라.
사업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매 시즌 가봉 볼 때. 이게 최선일까?
반대로 희열을 느낄 때는?
학교 강의 갔을 때 윤세를 입은 학생들을 만날 때.(나를 알아보면 더 짜릿하다.) 고성 같은 지방에서도 하루에 네 명이나 마주쳤을 때.
스트레스 해소 방법?
단골 한증막에 가서 땀을 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냥 잔다.

취미나 여가활동?
바로크 팝이라는 실험적인 장르를 개척하는 조나단 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주얼리를 배웠었는데, 여유가 생기면 제대로 다시 하고 싶다. 또.. 최근에 선물 받은 시집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의 덤덤한 사랑 이야기가 울림이 있었던 것 정도가 생각난다.
죽기 전 마지막 한 끼. 무얼 먹겠나?
센티넬이라는 단골 카페에서 친구가 만들어주는 커스텀 메뉴 윤세 라떼를 한 잔.
10년 뒤 윤세. 어땠으면 좋겠나?
정체성이 확고한 브랜드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사랑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아프지 말고. 아, 그리고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모아놓은 편집숍을 만들고 싶다. 일을 하다 보면 디자인하고 싶은 것과 입고 싶은 것들 사이 간극이 있다. 그 공간을 메우고 조화시키는, 내 취향과 미감이 어떤 세포라면, 막 증식시키고 싶은 느낌.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친구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음. 질문을 던질 것 같다. '너는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니?'
윤세정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응원해 줄 수 있는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