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YSTAL .
- 2024년 8월 2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9월 3일
SAGEGASAGE(세이지가세이지) | 윤세영 디렉터
퍼즐 조각의 제 자리를 질문하는 물음표 살인마의 주얼리 브랜드

2024년 8월 1일 목요일
검은 긴 생머리와 올블랙 착장,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샤프한 눈빛으로 무더위를 뚫고 나타난 윤세영 대표 주얼리 브랜드를 만든 사람인데 장신구 하나 없어 궁금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물었다.

브랜드명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
영어 이름이 세이지다. 지을 때는 단순히 본명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좋아하던 외국 유튜버 이름이기도 했는데 '세이지와, 세이지가, 세이지하고, 또 거꾸로' 조합하다가 '세이지가세이지, 어 괜찮은데?' 싶었다. 스펠링이 막 굴러가는 느낌인 것도, 현명하다는 뜻이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쇼핑몰에서 MD로 일했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분이 주얼리 만드는 법을 알려줘서 약간 취미, 투잡 식으로 했었다. 그때는 방구석에서 시작한 거라 '룸세이지'라고 콘셉트도 좀 달랐는데 인스타로만 째끔째끔 팔았었다. 그러다가 스타일리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이직을 했었다가 1년 좀 넘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수입이 없고 애매한 상황이 되어서 무작정 동대문 시장에 가서 주얼리 재료를 막 샀다. 몇 가지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선물도 하고 했더니 '야, 너 이거 팔아봐.' 하더라. 그렇게 시작했다.
근데 본인은 주얼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애플 워치만 착용)
약간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해서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전공도 마케팅이고, 패션MD 일이 적성에 꽤 잘 맞았는데 지금은 주얼리 브랜드를 한다는 게 신기하긴 하다. 어쩌다가(웃음)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생각보다 단순한 사람.
주변에서는 어떻다고 하나?
하나 되게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넌 생각보다 섬세하다.'
브랜드의 추구미가 있다면?
쉽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소를 잘 덜어내서 유치하지 않고.. 미니멀한데 쿨하고, 중성적인 게 좋다. 로고나 심벌이 너무 크게 딱 박혀있는 건 싫다. 그냥 베이직한 느낌을 깔고 가서 뭐든지 다 시도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MD와 디자이너의 마인드가 싸우지는 않나?
더 멋있는 걸 하고 싶다가도,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이걸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가끔 '왜 이게 잘 팔리지?' 싶은 것도 있는데.. 시장 반응을 수용하는 편이다. 대신에 비주얼이나 패키지, 또 새로운 디자인을 더 보여주는 걸로 타협하는 것 같다.
디자인적인 차별화 포인트는 뭔가?
착용하기 편안한 주얼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해외 명품, 파인 주얼리의 결합 부위나 완성도를 많이 참고한다. 그리고 패키지에 거의 집착한다.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뽑아놓고도 전량 폐기해서 돈이 꽤 들었다.(웃음) 그래도 폴리 백에 담긴 것보단, 받았을 때 하나하나 신경 쓴 게 보이면 기분도 좋고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확 올라가니까.
영감은 어떻게 얻나?
직접 시장에 가서 부자재를 보다가 테마가 떠오르는 편이다. 디자인이라는 것도 막 스케치를 한다기보단, 투박하게 재료를 냅다 다 펼쳐놓은 다음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다가 '오 괜찮은데'하다가 거기서 계속 수정, 수정을 반복한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생각보다 섬세하다는 말이 딱이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머리를 많이 굴렸다. 쉽게 쉽게 푸는 것 같지만.. 섬세한 조립, 조합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결과물이 간단하지는 않으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접근 방법 자체가 달라서 더 재밌다.
오히려 다른 브랜드 디렉터들이 부럽다. 우리는 스케치 노트 같은 뭐 보여줄 게 없어서 인터뷰 거절도 많이 했다. 모든 걸 디지털화해서 직원들 하고도 구글 시트로 문서화하고 공유한다.
체계가 잘 잡혀있는 것 같다.
일단 무조건 11시에는 사무실에 가서 앉아있는다. 스타일리스트로 프리랜서를 할 때, 워라벨이 지켜지지 않고 밤 낮이 바뀌니까 힘들었다. 새벽까지 일한다고 엄청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효율적이지가 않더라.
회사 생활을 한 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MD는 계속하고 싶었을 정도로 잘 맞기는 했다. 남성복 쇼핑몰이었는데 내가 여성복도 하고 싶다고 해서 나중에는 사업 방향성이 여성으로 바뀔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팀으로 일하는 거나, 매출을 만드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했던 이유는?
주변에 헤어, 메이크업, 포토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늘 관심이 있기도 했고 되게 트렌디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거 하면서 알게 된 사람도 많고 경험도, 도움도 많이 됐다.
요즘 최대 고민은 뭔가?
어떻게 하면 더 브랜드같이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쇼룸을 차리는 것. 해외 고객들도 꽤 있는데, 중국 쪽은 이미 카피가 깔려서 매출이 뚝 끊겼다. 상표도 도용되서 막 알아봤었는데.. 지금은 약간 포기 상태다. 그리고 주얼리는 보여주는데 좀 한계가 있어서 의류나 잡화로 아이템을 확장하려고 하는 거.
체력적 한계나 스트레스는 없나?
체력은 괜찮은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다. 요즘 치고 올라오는 브랜드들이 많아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열등감에서 오는 동기부여인 것 같다. 그 덕에 나태함이 싹 사라지고 갑자기 사기가 올라온다.
해소는 어떻게?
술, 담배, 커피를 안 해서.. 그냥 사람들 만나서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 거의 물음표 살인마다. 듣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방향성도 잡히는 것 같다. 아니면 누워서 유튜브 본다. 여행도 좋아하는데 태국이 원픽이다. 그 여유랑 사람들, 그리고 음식이 특히 좋다. (최애 음식은?) 족발 덮밥.
브랜드를 하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
EQL에서 매출 1위 했던 때. 그리고 또래보다 조금은 더 버니까 친구들한테 베풀 수 있어서 좋다.
반대로 가장 위기였던 때?
겨울 비수기 땐 매출이 1/4로 떨어진다. 근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적도 있다. 어떤 채널에서 겨울용 머플러, 장갑을 해보자고 했었는데 그 해 겨울은 그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웃음)
브랜드를 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나는 준비 없이 독학으로 하다 보니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알아보고 시작하는 게..
개인적인 꿈같은 게 있나?
확고하게, 40살에는 꼭 건축을 공부하러 유학 가고 싶다. 건축자재나 인테리어 자재상을 하고 싶다. 일단 뱉으면 이뤄지지 않을까.(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