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YSTAL .
- 2024년 8월 2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9월 3일
MINJIENA(민지에나) | 김민지 디렉터
나른한 러블리에 파묻힌
민지에나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핑크색 행거에 컬러풀한 옷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김민지 대표를 만났다. 그을른 피부, 시원한 탑과 상반되는 나긋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현역 스타일리스트, 자기 이름을 딴 브랜드의 디렉터, 또 인플루언서 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민지에나(Minjiena)의 의미?
'민지'는 본명이고 '에나'는 하이에나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영어 닉네임으로도 '에나'를 계속 사용하다가 그런 조합이 탄생했다.
본명과 별명이 합쳐진 네이밍이 브랜드명이 된 것이 독특하다.
그냥 그게 인스타 아이디였는데 제품에 대한 문의나 구매가 그걸 통해서 많이 이뤄져서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촬영 현장에 20시간씩 있기도 했는데, 편한 청바지도 10시간 넘어가면 죽겠더라. 피부가 약해서 솔기 같은데 쓸려서 붓기도 하고, 먼지가 많거나 거친 소재면 알러지 반응이 왔다. 그래서 핏은 예쁘면서 정말 편하고 소재도 좋은 부츠컷 저지 팬츠를 만들어서 입고 다녔는데,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더라. 그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민지에나 브랜드가 되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진짜 진짜 입은 사람이 어쨌든 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우리 옷을 입고 딱 거울을 봤을 때 기분이 좋았으면 한다. 그냥 입은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으면 좋겠기에 그런 부분은 신경을 많이 쓴다.
주위에서 본인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는지?
주변에선 꼼꼼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 좀 독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렇게 한 우물만 판 게 나뿐이다. 또 '보기보다 착하다.' 혹은 '생각보다 세지 않다.'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보기보다 착하다?
스타일을 튀게 하고 다니는 것 치고는 성격이 되게 일반적이라 그런가. 인스타그램 보고 쇼룸에 오시는 분들은 막 LA걸 같을 줄 알고 오시는데 그런 면은 아예 없다.
내향적인 편인가?
밖에 잘 안 나가고 친구도 별로 없다. 내가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같은 책을 읽고 있어서 주변에서 막 웃더라.
어릴 때부터 그랬나?
그냥 시키는 건 다 하는데 말은 안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고집이 세다고 할까.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릴 때부터 옷 같은 건 항상 스스로 꺼내 입었다고 하시더라.
패션이 천직인가? 힘든 건 없었나?
일은 항상 너무 재밌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힘들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팔이 안 들린다던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살도 찌고, 많이 좋아져서 아직도 스타일리스트 일을 병행하고 있다. 재미있어서 놓고 싶지 않다. 스스로 스타일리스트가 본업이라 여기지만 수입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 페이가 10년 전이랑 비슷하다.
스타일리스트에서 브랜드 론칭으로 전향한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옷을 좋아했고 전공을 의상학과로 선택하고나서 패션 매거진 에디터 어시도 했었다. 그땐 쓰러져서 응급실에 가도 선배들은 '야 우리도 다 그런 적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 출장갈 때 비행기 안에서도 일하고 귀국해서도 야근하는 거 보면서 나는 회사생활에 좀 안맞는다고 생각했다. 수입 차이도 크고 프리랜서가 훨씬 적성에 맞았고, 브랜드를 하면서는 더 안정된 생활을 찾았다.
영감은 어떻게 얻나?
나의 필요와 경험에서 많이 얻는다. 예를 들어 사소한 포켓 디테일 같은 경우에도 자전거 타고 오다 또 립스틱을 흘렸다거나, 촬영 현장에서 빗을 꽂았는데 얕아서 계속 빠진다거나, 핸드폰을 넣으면 축 처진다거나 하는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디자인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가격에 부딪힐 때. 비싸도 좋은 아동복 소재를 써서 원래도 원가가 높은 편인데, 포켓 하나를 잘 만들려 해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 나의 눈높이나 사람들의 기대치, 원자재가는 점점 올라가는데 판가는 올리기 힘드니 항상 마진율을 조금 포기하게 된다.
사업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코로나 때. 매출의 절반이 수출인데 갑자기 막혔다. 나의 열심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수입이 10분의 1로 떨어지니 끔찍했다. 단단하게 해 놓지 않으면 힘들겠다 싶었다. 그때 스타일리스트 일을 많이 늘렸다. 겸업을 못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하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
주말이면 최대한 쇼룸에 나와있으려고 한다. 그러면 중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꽤 계신데, 막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나는 너의 옷을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해주신다. 그럴 때면 '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면서 보람이 있다.
컬러풀, 스마일 같은 표현법을 택한 이유는?
말했듯이 사람들이 옷 때문에 웃을 수 있으면 하기 때문이다. 유쾌하고 뭔가 밝은 에너지,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싶다.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 푹 빠진 게 있다면?
티모시 샬라메. 그렇게 생긴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이상형이 키 큰 박재범이었다.
약간 나른한 매력?
아 그런 것 같다.

민지에나의 10년 후, 20년 후를 상상해 봤나?
이걸 20대에 시작했고, 지금 30대니까 10년 뒤면 40대 20년 뒤면 50대고, 또 환갑이 될 테니.. 나랑 같이 사랑스럽게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내 꿈도 멋있는 할머니다.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자. 음.. 그게 좀 어려운 것 같다. 다들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지 않나. 내 옷이 예쁜데 왜 안 팔리지? 그런 고민 상담도 많이 받았다. 근데 내가 보기에 예쁜 옷을 만드는 건 열심히만 하는 거다. 손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게 사고 싶은 옷인지를 볼 줄 알고, 고민하는 것이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